애리조나주의 오래된 마을, 오트맨(Oatman) 시는 미국의 유명한 루트 66 도로선상에 있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 미국의 ‘마더로드(The mother road)’라 불리는 역사적인 도로가 지나는 주요 도시였다. 당시 시카고에서부터 엘에이를 가로지르는 길은 오트만과 함께 애리조나의 킹맨, 윈슬로 등으로 이어졌다.
도시는 마치 얼마 전까지도 금광을 찾는 이들이 드나들던 것만 같은 풍경으로 남아있다. 거리에는 금광을 캐는 광부들이 짐을 나르기 위해 데리고 왔었다는 당나귀들의 후손들이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광부들이 떠나며 두고간 버로(Burro)로 불리는 당나귀들은 마을 주민들이 자유로이 방목하며 키운다. 마치 한동네 주민과 다를 바 없다는 듯 상가주인들은 버로들의 가족내력을 설명해 준다. 이곳 주민보다 더 많을 듯한 버로들이 길가를 어슬렁 거리며 여행자의 먹이를 받아 먹는 풍경은 이곳만의 특색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대 초로 돌아간듯한 마을에서는 미국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곳 미국에서 살지 않았던 이방인의 눈에 보이는 오래전 옛 물건들은 신기하기만 하다. 흡사 영화 세트장 같은 오트만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에 흔히 보이는 버려진 광산은 한때 금을 찾아 모여들던 광부들이 많았음을 짐작케 한다.
시간이 멈춘듯한 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이곳의 유서 깊은 오트만 호텔(Oatman Hotel) 앞에서 벌어지는 고스트 총잡이의 무료 공연도 볼 수 있다.
마을 중심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1902년에 지어진 오트만호텔 (구, Drulin Hotel)이 있다. 1915년 오트만 일대에서 천만 달러의 금이 발견되며 사람들로 넘쳐나기도 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마을이 거의 소실되는 큰 화재를 몇차례 겪고 그 와중에 호텔은 1920년에 수리되어 계속 남아있다. 결국 1924년 광산은 문을 닫았지만 서부로 이어지는 66번 국도의 등장으로 한때 많은 여행자들 덕분에 오트만과 호텔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루트 66은 연방 주 고속도로에 밀려 오트만과 함께 이야기 속에 남게 됐지만 여전히 100여 명의 주민이 살며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트만 호텔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인 클라크 게이블(Clark Gable)과 캐럴 롬바드(Carole Lombard)가 허니문을 보낸 스위트룸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1939년 3월 29일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주인공이었던 이들은 기자들을 피해 애리조나주 킹맨(Kingman) 시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이곳 5번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캐럴은 클라크를 만나러 오는 길에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된다. 이후 클라크는 많은 방황을 하고 다시 결혼도 했지만 캐럴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오트만호텔에는 클라크 게이블과 관련된 유령이야기도 있다. 언젠가 빈 방을 찍은 한 사진 속에 남자의 유령 같은 모습이 나타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방이 비어 있을 때 속삭이며 웃는 소리가 종종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랑했던 두 사람이 호텔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떠나기를 거부하고 깃드는 것이라는 설이다.
1층엔 바와 레스토랑, 2층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 호텔에는 후원자들이 수십 년 동안 벽과 천장에 1달러짜리 지폐를 붙여 놓아 또다른 명물이 되었다.
마을을 빠져나와 초현실적인 풍경을 뚫고 루트 66위에 이어진 다음 도시, 킹맨(Kingman) 시로 넘어가는 국도 10번 선상에 Cool Springs Station도 만나게 된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