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로교통국 산하의 America’s Byways에서 내셔널 씨닉 바이웨이(National Scenic Byway)라 지정한 도로들이 있다. 아름다운 경관이나 보존 가치가 있는 미국 내 도로 중에서 선정된다.
흔히 ‘바이웨이 12’로 불리는 유타주의 국도 12번도 그중 하나다. 산간지역을 운전 시간만도 3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다. 유타주 서쪽의 89번 도로와 인근 작은 마을, 펭구이치(Panguitch)에서 사선으로 동북쪽을 가로질러 토레이(Torrey)를 연결하는 도로이다.
1933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CCC(The Civilian Conservation Corps)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주로 환경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9년간 3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미전역 800개 이상의 국립 및 주립공원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18세에서 25세 중 미혼의 젊은 청년들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산불을 끄거나 나무를 심고, 댐과 도로 등을 건설하는 온갖 험한 일들을 담당했다. 주로 동부 도시의 실업자들이 지원하였다. 하지만 작업의 대부분은 서부지역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군대식 캠프에서 숙식하며 매달 30달러를 받고 가족들에게 25달러를 보내며 일을 했다. 바로 유타주의 아름다운 절경으로 남아있는 바이웨이 12번 도로도 CCC가 만든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어려운 시절 생계를 위해 모여든 어린 청년들의 피와 땀이 섞여 만들어진 것이다.
바이웨이 12번
유타주에는 현재 미국 본토에 63개 국립공원 중 5개 국립공원이 있다. 이중 바이웨이 12번은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과 함께 여러 주립공원을 가까이 끼고 있다. 드넓은 에스칼란테(Escalante) 지역을 가로지르며 달리다 들른 9천 피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장관이다. 왜 이 길이 ‘A Journey Through Time Scenic Byway’ 라 불리는지 이유를 알 듯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간여행 같은 이 길이 그 옛날 이 길을 만든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의 시간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꼈다.
에스칼란테 지역은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험한 지형으로 길을 내는데 무수히 많은 다이너마이트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백만 불의 도로’라는 닉네임을 가질 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간 공사기도 했다. 세계 10대 아름다운 도로 중 2위에 뽑힌 적이 있는 절경의 바이웨이 12번 국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이 아름다운 절경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편하게 길을 달릴 수 있다.
종종 미서부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거대한 자연과 두 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사방으로 보이는 지평선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이나라는 운 좋게 넓은 북미대륙을 차지해서 쉽게 강국이 되었구나 싶었다. 또 풍부한 자원뿐만 아니라 이 광활한 땅에 펼쳐진 관광자원도 부러웠다. 하지만 미국도 한때 무절제한 벌목으로 8억 에이커에 달하던 삼림이 1억 에이커로 줄었다.
1933년 이후 CCC 청년들이 9년간 심은 나무가 35억 그루라 한다. 또 그들이 만든 주립공원이 711개에 달한다고 하니 지금의 자연이 정말 자연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겠다. 국립공원 다니다 보면 도로며 등산로 같은 공공시설을 당연 이용하게 된다. 누군가 험한 지형을 헤쳐가며 산책로를 만들고 산길에 돌을 쌓은 노동으로 만든 것임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
바이웨이 12번을 정상을 돌아나오는 길에 너무도 전망좋은 커피숍이 있어 들렀다. 에스칼란테를 시원하게 볼수 있는 180도로 둘러 놓여진 창문이 각각 다른 전망으로 꼭 그림을 걸어놓은 듯하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걸릴 그림을 상상해보니 문득 겨울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발길을 돌리며 항상 드는 생각은 다음에 또 와볼수 있을까~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