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Santa Fe) 다운타운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많은 인파로 복잡하다. 2백 년 전 멕시코로 문물이 왕래하던 산타페 트레일, 그때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단지 사람들의 모습이 바뀌었고 역마차 대신 자동차가 길을 메우고 있지 않나 싶다.
2021년 200주년을 맞이한 산타페 트레일
이곳 산타페는 미국의 National Historic Trails 중 하나인 산타페 트레일의 한 지점이다. 산타페 트레일은 5개 주에 걸쳐 900마일로 이어진다.
산타페 트레일은 1821년에서 1880년 사이, 주로 미주리 주와 뉴멕시코 주 산타페를 연결하는 상업 고속도로로 이용되었다. 바로 이곳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는 멕시코와 미국의 국제무역을 위한 상업도로 역할을 했다. 그러다 1846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긴 후에는 미국내 남서부를 연결하는 국도로 이용되었다. 예전 멕시코와의 무역교류대신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금광으로 향하는 이들이나 선교사, 부유한 뉴멕시코 가족 등, 이민자들의 행렬이 이 도로를 채우게 되었다. 그리고는 1880년 2월에 산타페 철도가 이곳에 들어오며 역사속에서 멈춰있는 도시가 되었다.
다운타운의 중심, 산타페 플라자
산타페 다운타운에 자리한 Santa Fe Plaza는 오랫동안 뉴멕시코 수도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뉴멕시코가 지나온 역사와 사건들이 함께한 곳이기도 하다. 플라자 내의 주변 건물은 수년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플라자 자체는 예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이곳은 1960년 국가 랜드마크로 지정되었으며 1966년에는 국가 사적지로 등록되었다.
불과 얼마 전 2020년 원주민의 날 (Indigenous Peoples Day)에도 시위대가 광장 중앙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를 무너뜨리는 일이 있었다. 이유는 이 기념탑이 “뉴멕시코 영토에서 야만적인 인디언들과의 다양한 전투에서 전사한 영웅들”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수 세대 동안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렇듯 많은 일을 겪으며 지금도 역사와 함께 공존하는 산타페를 둘러본다.
산타페 중심에 아시시 성 프란시스 대성당
산타페와 함께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종교다. 다운타운 가장 위쪽에는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 대성당(Saint Francis of Assisi)이 있다.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과 함께 이곳에 들어온 성직자들에 의해 1610년 산타페 시가 만들어지며 첫 번째 교회가 세워졌다. 이후 1680년 푸에블로 인디언 반란으로 파괴되었다가 1714년 다시 지어지게 되었다. 남아있던 작은 어도비 양식의 교회 대신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교회 안에는 1625년 스페인에서 가져온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모 마리아 상이 있다.
전통있는 멕시코 스타일의 라 폰다(La Fonda) 호텔
라 폰다는 산타페 지역의 독특한 어도비 스타일 외관을 가진 호텔이다. 이 도시가 생기면서 함께 생긴 최초의 숙박시설이기도 했다. 현재의 건물은 1922년 지어졌으며 테라코타 타일이나 양철을 망치로 두드려 만든 샹들리에 등이 이국적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층 로비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멕시코 식당은 시니어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캠프그라운드 주인이 추천해준 대로 호텔 루프탑 바에 오르니 다운타운이 한눈에 보이고 지는 석양에 어도비 건축물의 색상이 어우러져 저녁 노을빛이 하나가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인디언들과 식민지 정복자들 그리고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자 몰려든 이민자들이 거쳐갔을 이곳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관광객으로 이곳에서 잠시의 여유를 부려본다.
기적의 계단이 있는 작은 성당, 로레토(Loretto)
로레토 성당은 같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시시 성 프란시스 성당과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고딕양식으로 설계한 이가 같은 프랑스 건축가이다. 하지만 이 곳이 유명한 것은 작은 성당안에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지고 있는 전설 때문이다.
성당에 속해있는 로레토 수녀회는 작은 성당에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을 설치할수 있기를 기도 드렸다. 목수의 수호성인 성 요셉에게 기도를 바치는 마지막 날, 한 목수가 간단한 도구와 나무를 가져와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계단이 완성되자 목수는 감사도,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라졌다. 더욱이 그가 가져온 희귀한 나무는 미국 남서부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목수가 성 요셉이었을 것이라 믿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성 요셉이 보낸 사람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계단은 중심이 되는 기둥이 없이 360도 회전을 두 번 하여 오르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계단의 전체 무게는 아래쪽 계단에 있다. 처음에는 난간이 없는 디자인이었으나 약 10년 후에 난간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단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작은 성당을 찾고 있다.
미본토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산 미구엘(San Miguel Chapel)
인디언의 땅에서 스페인과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올 때까지 400년 넘는 세월을 함께 겪어낸 성당이다. 어도비 양식의 산 미구엘 성당은 1610년경에 건축되었다고 구전을 통해 내려온다. 성당은 1680년 반란 동안 화재로 인해 모든 문서를 잃었다. 하지만 멕시코와 스페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관에 보냈던 문서들로 성당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산 미구엘 (San Miguel Church) 바로 옆에는 아주 작은 기념품 가게가 있다. 하지만 기념품 가게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Oldest House’라는 푯말이다. 1646년경 지어진 어도비 양식의 집으로 사막의 더위를 막을 수 있도록 창문과 문이 무척 작다. 작은 마이크로 박물관이 된 집은 여전히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며 그때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