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자유여행 중 나바호족 인디언 땅을 다녀봤다.
애리조나주 윈도우 락(Window Rock)은 거대한 암석에 동그란 구멍이 뻥 뚫려 이름 붙여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희한하게 창문처럼 생긴 윈도우 락을 보러 이곳에 온다. 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것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미국 땅에 오래된 주인을 우리는 인디언으로 부르지만 그들은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으로 불리길 원한다. 그중에 나바호족은 미국 남서부 지역인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주 일대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이들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나바호 자치국(Navajo Nation)으로 불리며 수도로 정한 윈도우 락(Window Rock) 시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부족 대표도 따로 선출하고 있다.
이 도시에 바로 창문처럼 구멍이 난 바위가 있는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한 29명의 나바호 인디언 코드 토커의 활약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코드토커(Code Talkers)란?
코드 토커는 전쟁터에서 부족 언어(Diné language)를 사용해 비밀 통신을 보내는 역할을 맡은 아메리칸 인디언을 부르는 것이다.
이미 1차 세계대전 때 아메리칸 인디언, 촉토 코드 토커(Choctaw Code Talkers, Choctaw Telephone Squad)가 처음으로 테스트되긴 했었다. 하지만 미군이 본격적으로 코드 토커를 모집하고 훈련시키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었다.
주로 코드 토커는 두명씩 한 조로 군대에 배정되었다. 전투 중 한 사람은 휴대용 라디오를 작동하고 다른 사람은 부족의 언어로 메시지를 중계 및 수신하여 영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 중에 특히 일본군은 주로 장교, 의무병, 통신병을 타겟을 했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수백 명의 코드 토커의 활약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940년 미 육군에서 시작되었고 미 해병대와 해군에서도 코드 토커를 훈련시켰다. 이들은 기본 훈련 외에도 문자가 없는 부족의 언어를 대신할 군사 코드를 개발하고 암기해야 했다. 예를 들어, “개미”에 대한 나바호어 단어인 wo-la-chee는 영어로 문자 “a”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가하면 원래 나바호어에 존재하지 않는 군사용 단어를 위한 용어 사전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잠수함”은 나바호 단어에는 없었기 때문에 대신 “철 물고기”로 번역되는 besh-lo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유는 코드 토커들이 사용하던 암호를 군대에서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오랜 세월이 지나 이곳에서는 코드 토커들을 기념하고 있다.
무전기를 메고 있는 통신병 동상 아래에는 29명의 코드 토커의 이름이 하나하나 벽돌에 새겨져 있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