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을 해 본 지 얼마나 됐을까. 미국에서는 자동차나 비행기보다 기차로 여행할 기회가 거의 없다. 여객 운송수단으로써의 역할은 일찌감치 미국 개척시대가 끝나며 자리를 내놓은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차는 한물간 답답한 교통편이 아닌 낭만 있는 교통수단이다.
기차를 타고 가서 만나게 되는 역사 속 14명의 철학자들을 책에 풀어낸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저)를 읽게 됐다. 각각의 챕터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다. 그중에서 작가는 앰트랙을 타고 미국 동부의 매사추세츠 주 작은 마을, 콩코드(Concord)로 간다.
바로 그곳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 –1862)의 고향이다. 그는 콩코드에서 태어나고 거의 평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워싱턴 D.C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열차로부터 시작되는 여정은 콩코드 마을의 도서관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매사추세츠 주를 여행할 기회가 되어 작가처럼 콩코드 마을 도서관에 들르게 되었다.
콩코드에 도착하며 구글로 확인한 도서관은 곧 문을 닫을 것이라고 쓰여있었고 전력을 다해 도서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런 탓에 숨이 차기도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기대 하지도 못했던 도서관 내부는 내 심장을 더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역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속 작가의 말처럼 작은 마을의 평범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그리 웅장하지는 않지만 한 철학자로 인해 초월주의 운동의 중심지가 된 이곳에 이 정도의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상기시켜 주는 듯했다. 물론 도서관에는 ‘소로의 방’도 당연히 있었다.
이렇게 작은 마을의 도서관은 여행 중 잠시 짬을 내어 책 속의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콩코드 마을 인근에는 소로의 대표 저서인 ‘월든 연못(Walden Pond)’의 배경이 되었던 바로 그곳도 있다.
분주한 여행객의 발길을 잠시 잡아주는 이곳이 좋았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 장소가 아니어도 말이다. 조급한 들뜬 마음을 잡아 앉히고 읽은 책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는 여행도 추천한다.
우연히 책을 읽고 여행 중 들른 시골 마을에서 의외의 감동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