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은 샌프란시스코의 오클랜드 잭 런던 스퀘어 역에서 시작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사이에 두고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가 나뉘어있다. 그중 오클랜드는 한국에 비하면 작은 도시도 아닌데 잭 런던 역은 무척 한산해 보이는 작은 역이었다.
12시간의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에 오르다
기차여행을 하기 전 짐이 있는 사람들은 비행기처럼 미리 맡기면 실어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까지 가는 12시간의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다. 기차는 시애틀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매일 운행되는 코스트 스타라이트(Coast Starlight)이다.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 전 구간은 35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 새크라멘토 및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산타바바라 등 서부의 대표 도시들로 이어진다. 기차여행으로 캘리포니아의 비옥한 농장 지대와 길게 뻗은 태평양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티켓을 구입할 때 일반석에 해당하는 코치(Coach)를 구입했는데 좌석도 정해지지 않았다. 2층기차에서 1층인지 2층인지만 원하는 층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당연히 2층에 앉는것이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노약자는 1층을 선호한다. 계단이 무척 좁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기차를 탈 때는 별도로 개찰구도 없다. 10분 지연되어 도착한 기차에 오르려 하니 승무원이 쪽지에 하나씩 자리를 적어준다.
요즘 시대에 왠지 신선하기 까지 하다. 받은 표는 좌석 칸에 꽂아 놓았다. 좌석에 앉은 사람이 어디까지 가는지 다 알수 있다. 아마도 색상이 다른 것은 타는 곳이 아니었을까
좌석은 엄청 넓은 편이다. 콘센트도 바로 옆에 있고 비행기의 비즈니스 좌석만큼이나 넓다. 워낙 땅이 넓어 긴구간을 가야하는 기차여행이니만큼 좌석이 편하게 되어있는 듯 하다. 물론 앰트렉 스타라이트에는 침대칸도 있다.
나의 옆자리는 내가 탄 다음역인 산호세에서 탄 할아버지다. 아주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는 게리라는 분이었다 십대때부터 스쿠버다이빙을 많이 해서 귀가 안좋아 비행기를 못탄다고 한다. 그래서 딸네 집에 다녀오는 길이고 몇년전부터 거의 기차여행을 한다고 했다. 비행기로 이동이 흔한 나라이지만 여러이유로 기차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듯 하다.
화장실은 기차의 1층에 있다. 여성 라운지까지 따로 되어있다. 여행용 캐리어는 1층에 놓아둔다.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의 가장 로맨틱한 곳, 2층 유리돔 라운지
자리를 확인한 뒤 바로 라운지가 있는 기차칸으로 갔다. 빈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다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모두가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라운지로만 몰릴 줄 알았는데 아마도 워낙 긴 여행이라 그런듯 하다. 테이블에서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창가쪽으로 앉아 햇빛을 쬐며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사람들도 있다.
기차안에서 따로 와이파이는 되지 않는다. 기차여행 중에는 비행기와 달리 모두들 친근하고 가볍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 탔는지, 어디서 내리는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주고받게 된다.
방송으로 카페나 식당칸인 다이닝 열차 이용에 대한 안내가 계속 나온다. 1층에 있는 카페는 시간별로 잠시 문을 닫기도 한다. 또 식당칸인 다이닝 열차는 승무원이 지나다니며 미리 식사 예약을 받는다.
4시 반에 자리가 있다고 한다. 그 시간쯤이면 바닷가를 지날 시간이라 미리 저녁을 먹기로 한다. 사실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 중 모든 노선에서 해안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지는 석양을 보며 저녁을 하면 좋은데 요즘같이 해가 길 때는 선셋 타이밍엔 기차가 이미 내륙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4시 반 다이닝칸으로 갔다. 저녁시간 첫 타임인 것 같다. 아직 사람이 없다. 다행히 바닷가 창가 자리다.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에서 샌프란시스코 쪽에서 엘에이로 내려올 때는 당연 기차의 오른쪽이 해안선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쪽이다.
메뉴는 애피타이저와 메인메뉴 그리고 디저트를 고를 수 있는 3코스 요리이다. 파인 다이닝의 형식으로 45불에 음료는 술을 제외하고는 포함이다.
식당칸에서는 테이블마다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되어있다. 우리 테이블엔 네 명의 여자들끼리 앉게 되었다. 할머니와 대학생 손녀가 여행하는 중국인 두명과 혼자 여행하는 86세 태국 할머니 그리고 나였다. 86세라는 나이에 시애틀에서부터 엘에이까지 긴시간의 여행을 하는 건강이 대단해 보였다.
미서부 해변가를 달리는 구간은 앰트랙을 타기에 최고의 절정이다. 생각대로 우리는 딱 맞는 시간에 식당칸 테이블에 앉아서 로맨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식사는 별로다. 45불 저녁 식사비가 아깝기는 하지만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역시나 할머니들은 음식과 서비스가 값어치가 없다고 투덜댄다.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은 구간별로 바닷가를 아슬아슬하게 바짝 붙어 지나는 철로도 많다.
앰트랙 기차는 해 질 녘이 되면서 또 다른 낭만이 흐른다. 서서히 어두워지며 운치 있어지는 하늘이 기차의 지붕 통창으로 들어온다
비행기 여행보다 운전하는 여행보다 훨씬 편리하고 낭만이 있었던 미서부 캘리포니아 기차여행이었다. 식당칸에서 즐기는 해안풍경도 잊지못할 추억이었다. 다음엔 옆자리 할아버지가 추천해준 것처럼 침대칸을 타고 대륙횡단을 해보고 싶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