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주 남동부에 위치한 고블린 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은 온통 진흙으로 이루어진 들판이다. 그동안 제법 많은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희한한 곳도 처음이었다. 북아메리카 미국에서 지구상의 온갖 다양한 자연을 모두 볼 수 있음을 또 한 번 느끼게 만드는 곳이다.
도대체 이런 자연물은 또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흡사 누군가 만들어 놓은 대규모 설치미술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고블린 주립공원은 푯말이 있는 입구에서도 한참을 차를 타고 들판을 달려 들어간 곳에 있다. 끝도 없이 사방으로 펼쳐진 대지위의 진흙더미는 마치 얼마 전 많은 비로 인해 진흙탕이 되었던 곳이었던 듯싶다. 윗부분부터 흙들이 녹아내리듯 흘러내려 뾰족한 부분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전부 둥글둥글 깎여 있다. 물론 얼치기 여행객은 가늠하기도 어려운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진 것이다.
고블린은 1920년대 이곳을 지나던 카우보이들이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드넓은 평원에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진 흙더미들이 버섯 모양처럼 되었다 해서 머시룸밸리라고 불렸었다고 한다. 이 일대가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비나 바람에 씻겨 내려가 이러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듯 진흙더미들은 제각각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이곳을 지금 시대에 발견했다면 아마도 ‘혹성탈출’쯤 되지 않았을까.
4월에 들른 고블린에는 이미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진흙들판을 가로지르며 보는 풍경은 마치 혹성탈출에 나오는 셋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부모와 함께 주말여행을 온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진짜 자연친화적인 놀이터가 되어주는 주립공원이다. 아이들은 인형 동산 같은 이곳에서 여기저기 올라타기도 하며 뛰어놀고 있다. 보기에는 쉽게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 흙이지만 만져보니 의외로 단단했다. 가져간 물도 살짝 부어보니 스펀지에 흡수되듯 순식간에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아름다운 주립공원은 아니지만 독특한 풍경으로 또한번 자연의 신기함을 느끼게 해준 유타주 주립공원이다. 이곳에 비가 올때면 여기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