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를 남쪽 멕시코에서 북쪽 캐나다까지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있다. 바로 5번 프리웨이다. 이 고속도로를 통해 한국에서는 해볼 수 없는 차를 타고 육로로 다른 나라를 왕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5번 프리웨이가 이어진 미국 북쪽 국경 인근에는 시애틀이 있고 캐나다에는 밴쿠버가 있다. 각 나라의 두 대도시가 하나의 도로 선상에 있다 보니 워싱턴주 국경은 가장 붐비는 국경 중 하나이다.
항공을 이용한 이민국 심사보다 차를 타고 육로로 입국하게 되는 것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때론 사소한 절차에 걸리는 경우도 있어 괜스레 긴장되게 마련이다. 여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물론 이민국 경비소 앞에 차례가 되기 전 차량의 뒷창문까지 모두 내려놓는 것이 좋다. 적외선 카메라가 여러 대 있어 차량 내부을 보는 듯했다. 입국 목적을 묻는 질문은 보통의 입국절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가끔은 차량내부를 검색하는 것도 눈의 띄었다.
이렇게 국경을 통과하고 미국 쪽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희한한 조형물이 있다. 허공에 떠있는 듯하기도 하고 스케치를 해놓은 것 같기도 한 사각 프레임이 공중에 보인다. 별다른 형태도 그림도 아닌 얽기 설기 그어진 선들로 이루어진 프레임이다. 입국장을 통과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다 자칫하면 놓치기 쉽고 프리웨이를 찾아가느라 그냥 지나치면 못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공허한 여백을 남겨놓은 듯한 빌보드 광고판은 미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듯하다.
Non-Sign II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미정부의 의뢰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Lead Pencil Studio의 한인 애니 한(Annie Han)과 다니엘 미할료(Daniel Mihalyo)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가늘게 얽힌 무수히 많은 젓가락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막대를 꼬아 만든 작품이다. 바닥에서부터 그물처럼 솟아오른듯한 테두리로 둘러싸인 광고판 프레임 안으로 허공의 풍경이 보인다. 이는 흔히 도로에서 많이 보게 되는 빌보드 광고판이 연상된다. 국경에서 처음 대하게 되는 뻔하지 않고 특색 있는 조형물은 입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는듯해 더욱 좋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