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에서 가장 북쪽 캐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워싱턴주에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이 있다. 시애틀에서 가깝기는 하지만 올림픽 반도에 바다를 끼고 있어 가기에 쉽지 만은 않다. 지리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기 힘든 곳이라 그런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찾는 이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1981년 유네스코에서 국제 생태계보전지역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허리케인 힐(Hurricane Hill)는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랑받는 트레일 코스이다.
Hurricane Ridge Road를 따라 차로 한참을 오르니 비지터 센터가 나온다. 지금까지 다녀본 미국의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 중 아마도 가장 전망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비지터 센터가 있는 언덕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파노라마 뷰는 숨을 멎게 만든다. 멀리 울퉁불퉁 솟아있는 베일리 산맥(Bailey Range)에는 7월 한여름임에도 눈이 쌓여있다.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하이킹을 위해 가장 추천하는 허리케인 힐 트레일을 걷기 위해서는 방문자 센터를 지나 1.5마일 정도를 더 올라가야 한다. 언덕을 오를 때 필요한 바람막이와 물을 준비해서 트레일헤드부터 걷기 시작한다.
트레일은 의외로 전부 아스팔트로 되어있다. 가족의 휠체어를 끌어주는 이도 있다. 왕복 일일 하이킹으로 적당하지만 지그재그로 나있는 트레일은 경사진 구간도 있다. 구름과 산봉우리를 같은 눈높이로 보며 걷는 트레일은 환상 그 자체다. 뻥 뚫리는 시원함과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함이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얼마나 해볼까 싶은 생각에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천상의 세계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올림픽 국립공원 허리케인 힐을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사슴을 만났다. 신기한 마음에 달아날까 연신 사진을 찍어대지만 오히려 녀석은 별로 새로울 것 없다는 듯 제 할 일을 한다.
이미 높은 곳에서 시작한 트레일 덕에 쉽게 허리케인 힐 정상을 밟았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바다 건너로 캐나다의 밴쿠버 아일랜드가 보인다. 올림픽반도 끝 포트 엔젤스(Port Angeles)와 캐나다를 페리가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캐나다를 통해 온 관광객들도 많다.
산을 오르며 처음 사슴을 보고 신기해 했던 것이 무색하게 정상 가까이에는 잔뜩 무리를 지어 있다. 마치 사슴 농장이 아닐까 싶게.
또 이곳에 많이 살고 있는 고유종으로 올림픽 마멋 (Olympic marmot)도 보인다.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이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는데 운좋게 사진으로 남겼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니다 보면 아기자기한 한국의 산과 달리 이곳의 자연은 그저 한없이 스케일이 웅장하다. 그래서 어디라도 가려면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을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그렇게 맞닥뜨리는 경관은 더없이 감동을 줄 때가 많다.
by V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