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듯 낯설지 않은 콜로라도주의 곤돌라 타고 들어가는 산속 마을 텔루라이드를 찾았다. 다음 주면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던 그곳의 늦가을은 온통 노란 물을 끼얹어 놓고 도망칠 기세였다.
사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 이곳은 한국인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텔루라이드 영화제(Telluride Film Festival)와 기아차 텔루라이드로 이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곳이 되었다.
콜로라도 남서부에 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National Film Preserve가 주최하는 텔루라이드 영화제(TFF)가 열린다. 우리에겐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알려진 영화제는 매해 9월 초 노동절 주간에 열린다.
또한, 이곳의 이름을 따온 기아차의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만 판매되는 인기 있는 SUV이다.
텔루라이드는 산후안 산맥(San Juan Mountains) 산봉우리 속에 파묻혀 콜로라도 산간 마을이 대부분 그렇듯 1800년대 말 광산 때문에 만들어진 곳이다.
돌로레스(Dolores)에서 텔루라이드로 가는 길을 1시간 넘게 달리는데 이곳은 온통 황금빛 노란 아스펜으로 덮여있다. 절정이 9월 말에서 10월 초라고 하니 제대로 온 듯하다.
가는 길 145번 도로를 달리다 보니 멀리 산에는 이미 눈이 내렸다. 산봉우리에 눈과 노란 아스펜 그리고 그림을 완벽하게 만드는 호수까지 그대로 한 폭의 달력 그림이다.
RV 캠핑장 주인의 추천대로 텔루라이드를 곤돌라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마운틴 빌리지(Mountain Village)에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올랐다 다시 내려가는 곤돌라를 갈아타고 텔루라이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13분이 걸리는 곤돌라는 교통수단처럼 운영하는데 놀랍게도 무료이다.
곤돌라 안에서 텔루라이드로 빨려 들어가며 보는 경치는 드라마틱하다. 산과 산 사이에 박혀있는 마을에 노란 물감이 쏟아진 듯 넘쳐흐른다. 걸리버가 된 듯 동화의 마을로 들어가는 마음이 그대로 동심 되어 흥분된다.
텔루라이드의 곤돌라는 1996년 개통되어 북미에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유일한 것이라 한다. 어떻게 이런 산속 마을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들어가도록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다.
겨울 스키어들뿐만 아니라 텔루라이드를 찾는 이들로 이곳은 일 년 내내 붐빈다. 야외 액티비티도 많지만 다양한 축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 독립 영화, 수제 맥주, 요가 등 테마도 다양하다. 매년 5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주말 동안 산과 자연, 모험을 주제로 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한 마운틴 필름(Mountain Film) 영화제가 열린다.
이를 시작으로 여름 내내 텔루라이드 블루그래스 축제(Telluride Bluegrass Festival)와 텔루라이드 영화제(Telluride Film Festival)가 이어진다.
미국 햄버거의 반전
텔루라이드 다운타운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에는 수준높고 특색있는 많은 레스토랑이 있다. Steamies Burger Bar는 그 중 하나로 컨템포러리 버거 전문점이다. 버거에 들어가는 고기패티를 그릴에 굽는 대신 쪄내듯 스팀해서 만든다. 그래서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 이곳은 콜로라도주 버거 Summit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언젠가 이곳에 또 오게 된다면 겨울에 다시 와보고 싶다. 겨울에 왔던 스키어들이 다른 계절에 또다시 찾는 곳이라는데 그래서 이곳이 미국의 알프스라고하는 것 같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