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을 여행하며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을 볼때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특히나 숫자에 약한 나로서는 가늠이 안 되는 ‘몇억만 년 전’이라며 세월을 밝히는 자연은 더욱 그러했다.
광활하게 넓은 자연 앞에서 와닿지 않는 거리만큼이나 실제 보고 있는 것들이 그러한 세월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것을 공감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내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보이는 거리에 비해 턱도 없이 모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2억 2500만 년 전 통나무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광활한 숲이었던 곳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들을 2억 2500만 년을 순식간에 당겨 만져도 보고 한다면 말이다. 그동안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지구의 나이가 실제 존재하는 이 처럼 와닿는 순간이었다.
백 년도 살기 힘든 인간에게 2억 2천 5백만년은 나처럼 숫자에 약한 사람이 아니어도 가늠이 안 되는 세월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의 그 나무를 직접 만져보았다.
오랜 세월 동안 이제 돌처럼 굳어져 화석이 되었지만 지금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나무였다. 물론 2억 2500만 년 전의 아름드리나무가 꼿꼿이 서 있기를 바라지는 말아야 한다. 이곳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은 몇 번이나 40번 프리웨이를 지날 때에도 여행지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났었다. 몇억 년 전 화석이 된 나무가 뭐 그리 볼 게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화석이 된 통나무들을 가까이 보고 나서 지구에 다녀가는 우리는 정말 하루살이도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는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8시부터 5시까지 개장시간이 정해져 있다. 아마도 없어지는 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국립공원에서 화석을 하나라도 가지고 나온다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1906년에 설립된 이곳은 27마일의 긴 도로가 Petrified Forest 국립공원을 관통하며 남, 북 양측에 출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텅 빈 광활한 초원으로 되어있다.
북쪽 입구로 들어가게 되면 먼저 페인티드 사막(Painted Desert)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를 중간중간 뷰포인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예전 오리건주 John Day Fossil Beds 모뉴먼트에서 페인티드 힐을 봤었다. 그래서 이곳은 빠르게 패스했다. (지난 포스팅에 오리건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는 Painted Hills 더보기)
페인티드 데져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진 Painted Desert Inn이 있다. 화석이 된 나무와 기타 천연석으로 지어진 Painted Desert Inn은 1920년대 오픈하여 거의 12년 동안 “Stone Tree House”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그 당시 방문객들은 식당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메리칸 인디언의 예술품과 공예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6개의 객실은 1박에 2~4달러로 이용할 수 있었다. 주인이었던 Lore는 Painted Desert에 있는 Black Forest를 자동차로 돌아볼 수 있는 투어도 제공했다.
당시 스톤 트리 하우스는 사막 같은 이곳에서 전기나 물이 공급되지 않았음에도 관광객을 위해 인근에서 자체 조달로 영업을 했었다고 한다. 많은 세월의 변화에 함께 했던 이곳을 이번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외관만으로도 어도비 스타일의 건물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은 역사적인 루트 66(Historic Route 66) 가 지나가는 길 위에 있는 미국의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미국 역사에 있어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진 이 길은 단순히 도로의 의미만이 아니었다. 서부로 향하는 기회와 모험, 탐험의 상징이기도 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1932년식 스튜드베이커(Studebaker) 한대만이 남아 그때를 추억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서 프리웨이 40번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오면 나무들이 그대로 돌이 된 화석림 지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인디언들이 돌에 새겨놓은 암각화도 볼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 본격적으로 화석림 지역에 들어서게 되면서 만나는 Agate Bridge는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장소다. 기다란 나무가 골짜기 양끝에 걸쳐져 그대로 ‘통나무 다리’의 모양을 내고 있다. 국립공원이 개장했던 초기에는 관광객들이 통나무 다리에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단다. 이후 1903년과 1911년에 기둥과 콘크리트로 받침대를 만들었다. 부러지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는 통나무 다리는 110피트(약 34미터) 길이로 바닥에서 16피트 위에 걸쳐져 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나무들은 썩지 않고 이곳에서 지금처럼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이곳은 강 주변에 나무가 많은 지역이었다. 수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죽어감에 따라 일부는 하류로 떠내려 통나무 더미가 몰리게 되었다. 국립공원에 널려있는 화석들은 통나무가 떠내려 모인 곳이란다. 그래서 화석도 떠내려 온 채로 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국립공원의 오지에서는 그 뿌리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단다. 화석으로 침엽수, 은행나무 등 12가지 품종의 나무들이라고 하니 화석이 된 나무도 말해주는 것이 많다.
지질학적으로 국립공원 일대의 나무는 대략 2억 1,800만 년 전에 퇴적된 세계에서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이다.
다양한 결정화 단계에서 화산재에서 나온 미네랄 실리카가 통나무를 석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화석화 과정에서 철과 망간 등이 포함되며 속에는 다양한 색깔을 띠는 수정이 되었다.
국립공원에서 180번 국도로 연결되는 남쪽 출구에 공원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심부가 되는 Rainbow Forest Museum이 있다. 그곳에는 자이언트 로그(Giant Logs)와 Agate House로 연결되는 트레일이 있다.
Agate House는 석화로 변한 목재를 건축 자재로 사용해 집을 지었던 푸에블로 인디언의 건물이다. 1050년에서 1300년 사이에 만들어졌을 8개의 방이 있는 건축물이다. 광야에 널려있는 돌덩이가 된 나무토막들은 집을 짓기 좋은 건축자재였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자연을 둘러보다 너무도 아름다운데 왜 국립공원이 아닐까 싶은 곳이 많았다. 하지만 곧 국립공원의 기준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후세를 위해 지키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그런 곳이 국립공원으로 선정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모든 국립공원은 역사적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 자연에 대해 경이로운 감동을 받는다. 바로 이곳,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처럼 말이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