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세도나는 한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사막에서 석양이 바위에 비치며 만들어내는 붉은 주황색 경치는 더없이 아름답다. 바위들은 갖가지 모양으로 자연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 붉은 땅위의 아찔한 바위다리 악마의 다리, 데블스 브릿지 (Devils Bridge)로 불리는 트레일은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다.
비교적 쉬운 코스지만 마지막 절벽을 오르는 코스는 난이도가 있었다. 하지만 짧게 기어오르는 스릴 넘치는 절벽 위에는 흔히 보기 힘든 자연의 조각품이 있었다.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언제나 세도나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데블스 브릿지 주차장은 자리가 항상 없다. 이른 아침 갔음에도 길게 늘어선 길가 주차를 겨우 할 수 있었다.
데블스 브릿지 트레일을 갈때 도움되는 팁!
보통 데블스 브리지 주차장을 찾아 차를 파킹 하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 주차하면 드라이 크릭 로드(Dry Creek Road)를 따라 비포장 흙길로 된 트레일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드라이 크릭 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사륜구동차들이나 핑크 지프 투어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구글에서 미리 볼 때는 비포장도로를 따로 확인할 수 없어 트레일 헤드 앞까지 차로 갈 수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일반 차량은 들어갈 수 없는 도로이다.
데블스 브릿지 트레일헤드로 가는 방법, 두가지
하나는 데블스 브릿지 주차장에서 이어진 Chuck Wagon Trail로 가는 것이다.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세도나의 경치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킹 코스다.
다른 하나는 Mescal Trailhead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차를 파킹 하기 좀 더 수월하고 트레일거리도 짧다. 중간에 Chuck Wagon Trail과 만나 둘 다 데블스 브릿지 트레일 헤드로 가게 된다.
우리는 올라갈 때는 주차장에서 Chuck Wagon Trail로 가고, 내려올 때는 드라이 크릭 로드로 왔다. 올 때는 핑크 지프와 사륜구동차들이 지나는 것도 구경하긴 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사륜구동이 있다 해도 별로 시도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마치 이곳의 붉은 바다가 차 있었던 듯 온통 이 땅은 붉게 물들어 있다.
데블스 브릿지를 오르는 막바지에 사진 찍기 좋은 전망대 같은 뷰포인트가 있다. 한참 더 올라야 하는 줄 알고 이곳에서 감탄을 하며 가져간 간식을 먹고 한숨 돌렸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데블스 브릿지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은 더 길어지고 있었다.
뷰포인트에서 한 단계의 가파른 벼랑만 오르고 나니 바로 다리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뷰포인트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말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행의 등산객이 바로 앞일을 모르는 것은 인생처럼 똑같다. 인생도 처음 가는 길인 것처럼 말이다.
드디어 데블스 브릿지. 이름은 무시무시한 듯 하지만 자연이 4600피트 높이에 만들어놓은 너무나도 멋진 건축물이다. 뻥 뚫린 자연 앞에서 이곳에 오르지 않았다면 결코 볼 수도 체험할 수도 없는 광경이다.
다리 위에서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코로나 중에 갔음에도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해가 늦게 까지 있는 여름철 초저녁에 하이킹할 수 있다면 더위도 피하고 줄 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려올 때는 지는 태양과 함께 붉은 암석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말이다.
미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제각기 스마트폰에 이 순간을 담아가려 아찔한 다리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뒷사람에게 건네준 내 스마트폰에는 찍는 사람이 결정한 순간이 고스란히 저장된다. 사진 하나 찍는 것에서도 각기 다른 이들의 모습이 내 차례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게 해 준다.
사람들은 긴 줄에 서서 기다리다 자기 차례가 되면 거대한 자연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무대 위에 오르듯 뿌듯하게 다리 위로 걸어간다. 그리고 실수 없이 무대를 장식하려 최선을 다한다. 마치 최고의 공연을 마치려는 듯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산은 오르면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 얼마전 갔던 그랜드캐년 트레일만 빼고 말이다. 처음엔 땅을 밟기도 낯설게 느껴지던 붉게 묻어나는 흙먼지가 이제 익숙해져 간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