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립공원 모두 가보기’ 버킷리스트 중 21번째로 들른 국립공원인 메사 베르데 국립공원을 소개한다. 계속해서 국립공원이 추가되고 있지만 현재 63개의 국립공원이 있으니 이번이 3분의 1의 국립공원을 돌아본 것이다.
다른 미국국립공원에 비해 덜 알려진 메사 베르데(Mesa Verde)국립공원은 콜로라도 남서부에 있다. 메사(Mesa)는 지리학적 용어로 꼭대기가 평평하고 급경사를 이룬 탁상지란 뜻이고, 베르데(Verde)는 스페인어로 녹색이란 뜻이란다.
메사 베르데 국립공원을 들어서며 그 이름이 확 와 닿았다. 까마득하게 절벽위가 평평한 타워가 보이는가 싶더니 그 위의 세상으로 길은 연결되어 있었다.
1914년 기록에 의하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하루 1불이나 시즌패스로 5불의 입장료를 냈다고 한다. 진흙탕길에서 메사 베르데로 오르는 새 도로가 생기며 3시간으로 단축돼긴 했지만 당시는 하루에 이곳을 본다는 것은 무리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하루에도 다 돌아볼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립공원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선 차에 가스는 꽉 채워 올라가길 권한다. 또한 바깥 세상과의 소통은 포기해야한다. 인터넷도 전화도 국립공원 안에서는 잡히는 곳이 없다.
2021년 여행자인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천상계로 들어서는 것 마냥 부드럽게 오르막을 오른다. 그리고 그 절벽 꼭대기에 또다른 엄청나게 넓은 세상에 놀라게 된다.
마침 영하로 떨어지기 직전인 가을 끝자락에 메사 베르데는 마치 색실을 섞어 뜨개질한 푹신하고 거대한 담요를 덮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이땅은 1억년 전 바다였고 바다와 해변의 모래들이 퇴적되며 압축되며 여러 지층을 형성해가며 시멘트처럼 단단한 땅으로 되었다한다.
인간의 땅과 하늘 중간쯤 올라온 아름다운 세상인 이곳에 오래전 살았던 이들이 있었다. 이곳은 서기 600년부터 푸에블로 인디언이 살던 집터들이 남아있는 미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지이다.
1874년 처음 발견되었다는 거대한 절벽 틈새에 흙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군데군데 여러 촌락을 이루고 있다. 절벽에 지어진 집들 600채를 포함해 5000여개의 유적지가 있다고 하니 규모가 상당했던 것을 짐작하게 한다.
대규모로 존재했던 이곳의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700년이상 살았던 이곳을 버리고 사라졌다는 것도 역사적인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그 후손들은 1270년대 후반 남쪽으로 현재의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주로 이주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않는 이 땅에 1400여년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서 한 세대를 살다 갔다니 많은 생각이 든다. 그때도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문제에 대한 일들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나 생존의 위협에 대한 부담이 더 많았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세대나 살며 겪는 문제는 같지않았을까 싶다.
인디언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은 오랜 세월의 커튼을 열고 마치 길을 지나다 아파트를 바라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누군가의 삶의 터를 보는듯 했다.
절벽 주거지 둘레의 암석은 주로 샌드스톤(Sandstone)이다. 이런 사암은 빗물 등이 잘 스며들고 절벽 아래로 수분이 내려가게 된다. 그러면 겨울철에 암석 내부의 수분이 얼게 되고 팽창하면서 바위 덩어리가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바위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오목한 틈새들이 만들어져 인디언들은 집을 짓고 살게 된 것이다. 절벽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로 집을 지었고 더욱이 사암속에 스며 들어온 물은 인디언들에게 물 공급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절벽 오목한 속에 지어진 집들은 지금까지 집을 보존해 주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
당시 언디언들도 불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으름과 다르게 주거지 마다 위쪽 절벽에는 무언가 흘러내린 듯한 검은 세로 줄무늬가 있다. 데져트 바니시(Desert Varnish)라고 하는 이런 현상은 주로 암석이나 바람에 날리는 먼지에서 발견되는 망간이 박테리아에 의해 절벽 면에 붙을 때 형성된다고 한다. 물이 흘러 젖은 부분에 만들어져 이런 무늬가 나타나게 된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그 누군가들도 이땅에서 치열하게 각자의 삶을 살았을 터전을 돌아보며 또한번 인간에게 주어진 짧은 삶의 소중함을 느낀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