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는 동양과 서양이지만 서로 비슷한 점이 많은 듯하다. 그중 하나가 두 나라 모두 반도국가라는 점이다. 그래서 두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옛날부터 해상무역이 발달했다는 것도 비슷한 점 중 하나이다.
바닷가를 끼고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에는 작은 어촌에 몰려 살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마을이 이탈리아 북서부 바닷가 절벽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50대 친구들 다섯이 떠나는 유럽여행에 후보지는 넘치고 넘쳐 빼야 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중 가까스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장소가 친퀘테레였다. 캘리포니아 비치를 끼고 살면서 갈 곳이 많은 유럽여행에 굳이 친퀘테레를 넣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생계를 위한 어촌 마을이 아니라 중년 여성들에게 손짓하는 낭만적인 장소로 이미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La Spezia Centrale역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친퀘테레의 작은 역, 마나롤라(Manarola)에서 내렸다. 절벽 비탈에 다섯 개로 이어진 작은 마을을 합쳐 친퀘테레라 한다.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에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던 터라 한 군데만 보기로 했다. 그래서 다섯 개 마을 중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마나롤라이다.
가파는 절벽에 집들이 마치 바위에 붙은 홍합처럼 바짝 달라붙어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부산의 감천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감천마을은 이곳에 비하니 아주 완만한 언덕 마을이다. 또 색색의 집들과 어우러진 파란 바다가 지중해임을 자랑한다. 우리가 사는 광활한 해변의 캘리포니아비치와는 사뭇 다르다.
작은 골목길 사이로 집들이 아기자기하기만 하다. 절벽에 마을이 형성되다 보니 작은 터널도 있다.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동네다.
촉박하게 서둘렀지만 해는 벌써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북서쪽 연안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 석양이 일품이다. 비탈길로 미끄러질듯한 골목들을 끼고 바다 풍경을 내세운 레스토랑들이 성업 중이다. 우리도 한 곳을 골라 절벽과 나란히 지는 해를 보며 이곳의 음식을 맛보았다. 멸치가 많이 잡혀서 유명한 곳이라니 실패하더라도 과감히 멸치 부르스케타를 주문했다. 하지만 역시나 바게트에 올려놓은 멸치의 맛은 우리가 아는 그 맛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이곳의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부산 가서 돼지고기 안 좋아한다고 돼지국밥을 안 먹거나 단것 싫어한다고 씨앗호떡을 안 먹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마지막 기차에 맞춰 부지런히 다시 아쉬운 발길을 돌리며 생각한다. 다음에는 느긋하게 이곳에서 머물며 다섯 마을을 걸어서 하이킹하면 어떨까도.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