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소개할 때면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여행 전문 기자나 블로거는 아니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올리는 것이 맞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정보는 바뀌기 마련이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는 언제까지나 디지털 세상에 남아 실수만 만들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곳의 여행기는 떠날 수 없어도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물론 같은 곳을 여행할 계획이 있거나 또는 이미 다녀왔던 분들과도 공감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느끼지 않는가? 여행지마다 같은 장소도 계절마다 자연이 주는 느낌이 다르고 어떤 상황에, 그리고 누구와 갔느냐에 따라 다른 게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미국은 자연을 철저히 보존하는 나라이다. 한국처럼 몇 년 뒤 가보면 아름답던 산이 고층 아파트로 뒤덮여 있다거나 하는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1872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지정으로 매년 국립공원과 주립공원들을 지정해서 보존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보고 즐기는 자연이 이 나라에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에 다녀온 크리스탈 코브 주립공원이 만약 한국 땅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캘리포니아 LA에서 남쪽,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크리스탈 코브는 험하지 않은 봉우리들이 여러 개로 되어있는 산이다. 산을 오르며 태평양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코스를 가졌다. 큰 나무들도 없이 드넓은 이곳이 그대로 남아있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여름이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해를 가두어 주던 날에 슬슬 산을 올랐다. 다양한 코스가 있어 시간별로 거리를 선택해서 산을 돌아 내려올 수 있는 루프가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추천하건대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지 내려올 때는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을듯 하다. 그러면 멋지게 펼쳐진 캘리포니아 해안을 감상하며 내려올 수 있다.
크리스탈 코브 주립공원은 얼바인과 맞닿은 라구나 비치시에 있다. 이 일대는 9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주민의 터전에서 이후 스페인 선교사가 들어오고 1894년에는 지금의 얼바인 컴퍼니가 세워지게 되었다. 얼바인이 일본 이민자들에게 토지를 임대해 경작하게 하였으나 세계 2차대전으로 일본인들은 크리스탈 코브 일대를 내주고 수용소로 이주하게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더위에 바짝 마른 불쏘시개가 된 잔가지들로 덮인 산등성이가 나름대로 운치 있다. 하지만 올가을 또 극성스러울 산불이 벌써 걱정스러웠다.
아마도 봄이면 이 산에 들꽃들이 잔뜩 필 것이다. 그러니 계절마다 자연은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이럴 땐 같은 곳을 수없이 가는 여행자를 조금은 이해하게도 된다.
트레일이 시작하는 입구에 방울뱀과 Poison Oak이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걷다 보니 바로 길옆에 포이즌 오크가 보였다. 세 개의 잎새가 대칭 모양을 이루며 한 단위로 잎자루가 길게 뻗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 흔한 옻나무와 비슷하게 몸에 닿으면 발진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킨다고 한다.
등산 할 때는 항상 트레일 밖을 벗어나지 말고 자연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닿게 된다.
바다일까? 하늘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흐린 하늘이 캘리포니아 바다를 다르게 만들어 놓는다.
산에서 내려오는 트레일 끝에는 주립공원 캠핑장과 비치로 나가는 터널도 있다. 날씨가 흐려 시원하게 트레일을 걸었지만 캘리포니아라는 걸 잠시 잊었다. 흐린 날씨에도 선크림은 꼭 바르도록 권한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