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의 미국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환상적인 스텔스 차박 캠핑카 여행을 공유해 본다.
한국에서 스텔스 차박? 미국에선 분덕, 분도킹(Boonducking)
재미있는 말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한국 사람들답게 요즘은 ‘스텔스 차박’이라는 말이 있다. 차나 캠핑카에서 조용히 머물다 가는 것을 말한다는데 미국에도 이를 대체하는 말이 있다. 바로 분덕(Boonduck)이다.
물과 전기 그리고 하수도 연결 없이 하는 캠핑을 ‘분덕’이라하고 이러한 캠핑을 분도킹(Boondocking)이라 한다. 물론 캠핑의 역사가 긴 나라니 만큼 캠핑트레일러나 RV가 많아서 캠프 그라운드 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이 많다.
대부분 캠핑장에는 물과 전기가 잘 갖춰진 캠핑장들이 많고 수영장이 딸린 곳들도 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캠핑을 원하거나 이동 중에 하룻밤 묵어갈 때는 한국에서처럼 스텔스 차박도 많이 하게 된다.
이럴 때는 지켜야 할 캠핑 매너가 있다. 밖에 나와서 바베큐나 테이블을 놓고 캠핑하면 안된다. 또 햇빛을 막는 어닝도 설치하면 안된다. 그런가 하면 확장형스타일의 캠핑카의 옆 일부분이 나오는 슬라이드도 꺼내놓으면 안된다.
정말 한국말처럼 스텔스 모드로 안에 사람이 없는 듯 살짝 머물다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랜드 티턴(Grand Teton) 국립공원을 가다
달력의 그림 같은 미국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지는 와이오밍 주에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이 있다. 대부분 그랜드 티턴과 옐로 스톤을 갈 때는 인근에 유명한 소도시 잭슨을 거쳐가게 된다.
잭슨시를 지나 북쪽으로 오르니 6월에도 설산이 펼쳐진 그랜드 티턴이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들판에는 꽃들이 뭉쳐 피어있는데 산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그랜드 티턴 아래에는 호수가 유난히 많다. 지금까지 여행 다니며 본 중에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스트링 레이크(String Lake)다. 커다란 제니 레이크과 연결된 작은 호수다.
숲속을 살짝 헤치고 들어간 곳에 눈 쌓인 그랜드 티턴이 보이고 앞엔 작은 호수가 있다.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수 가장자리를 걸을 때는 사슴들이 우리를 보고도 아랑곳하지않고 풀을 뜯고 있다.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자연 속 스텔스 차박
미국 와이오밍 주에 있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은 유명한 옐로 스톤 국립공원과 붙어있다. 스텔스 차박을 한 곳은 옐로 스톤을 가던 중 하룻밤을 지내고 간 곳이다.
대부분 미국의 국립공원 안에서는 원칙적으로는 스텔스 차박이 안된다. 미리 캠프 그라운드 예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간혹은 국립공원 안 주차장에서 스텔스 차박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긴 하다.
이번 스텔스 차박을 한 곳은 그랜드 티턴 건너편 쉐도우 마운틴(Shawdow Mountain)이라는 나지막한 야산이다. 오프로드 산길을 잠시 오르니 중턱에 그랜드 티턴을 한눈에 다 담을 수도 없이 펼쳐진 경치를 가진 곳이 있다. 오늘만큼은 이곳이 내 앞마당이다.
저녁을 먹고 밤이 되니 이곳에 주인이 왔다. 밖에 뭔가 소리가 들려 창문 밖을 살짝 내다보니 바로 사슴 가족이다. 주인한테 들킬까 봐 숨죽여 어머 어머! 만 연신 내뱉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곳 주인에게 허락도 안 받고 차를 정박 했으니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스텔스 차박을 해야한다.
다음날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무리 좋은 집 앞마당도 부럽지 않다.
여행을 다니며 때론 이렇게 일부러 자연 속에서 하는 분도킹(Boondocking)이 다 갖춰진 캠핑장보다 불편하긴 해도 훨씬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생각 같아선 일주일이라도 머물고 싶었지만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않고 다시 길을 떠났다. 멋진 풍경만 사진 속에 담아가지고.
by 50plus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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