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에게 낯선 곳에서의 정착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힘겨운 뿌리내림이다. 캘리포니아 남부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의 리틀 사이공(Little Saigon)은 이런 베트남 이민자들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하겠다. 이곳 오렌지 카운티의 해져드 애비뉴(Hazard Avenue)에 있는 ‘Pho 79’은 바로 그런 이들의 향수를 채워주는 곳의 시작점 아니었을까.
1979년은 많은 베트남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온 해이기도 하다. 보트 피플로 미국에 온 누엔(Nguyen) 가족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들에게 의미 있는 숫자가 붙은 ‘PHO 79’ 식당이 탄생한 것이다.
처음 들어간 쌀국숫집 내부는 그 흔한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장식품 하나 없어 썰렁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더욱이 붐빌 거라 생각하고 식사시간을 피해 간 식당은 빈테이블이 보여 맞게 찾아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쌀국수를 시켰다. 당연히 나는 항상 쌀국수메뉴 맨 위에 있는 그저 대표적인 pho다. 나는 사실 입맛이 까다롭지도, 그렇다고 절대 미각도 아니다. 직원이 가져온 쌀국수는 다른 집과 별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장금이 수준도 아닌 내가 먹어도 이건 지금까지 먹어온 쌀국수와 국물맛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쇠고기 양지머리로 국물을 냈다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차원의 풍부함이 느껴진다. 더욱이 보통의 쌀국수에서 느껴지는 MSG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Pho 79’은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와 미국의 식당평가단 자갓(Zagat)에도 여러 번 선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리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셰프, 레스토랑, 푸드 작가 등에게 수여하는 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식당에서 모든 상들은 계산대 안쪽에 걸려있어 카운터에 가야만 자세히 볼 수 있다. 식당은 광고나 인테리어는 중요하지않고 음식맛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보인다. 또 현금만 받는다고 당당히 쓰여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현금 없이 먹고 나서 알았다면 난감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언제든 다시 올 의향이 100% 다. 여러곳에서 인정해주는 식당은 어딘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안고 문을 나섰다.
by 50plus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