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도 더 전에 왔을 때 주산지는 전날 내린 비로 흙탕물이었다. 화소 수가 바닥인 PC 카메라로 남겨놓은 사진도 몇 년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날의 이야기도 블로그에 올렸지만 그도 사라진 지 오래고.
가끔, 다시 한번 가봐야지… 했던 걸음을 이제야.
달기 약수는 여전히 골골골골 물이 나오고 있다. 약수터 앞의 식당들도 여전하고, 식당만큼 잘 될듯한 물통 가게도 여전하다.
예전 달기 약수에서 주산지로 향하던 길, 낯선 할머니를 동네 입구까지 태워드린 적이 있다. 할머니는, 살아계실까.
청송은 어디나 사과밭이 지천이다. 주렁주렁 사과들이 열려서 가지가 부러질 것 같다.
도시 촌사람인 나는, 사과가 그렇게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사과는, 마트 매대에 있는 게 내가 본 사과의 전부.
어제 따서 바로 작업했다는 사과에선 베어 물 때마다 과즙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그 순간만큼은, 사과가 샤인 머스캣보다 맛있었다. ^^
주산지는 잔잔하게 물들고 있었다. 조선 숙종때 축조시작했다는 인공저수지인데 영화 ‘봄, 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물에 잠긴 왕버들이 유명하다.
예전 여름쯤 왔던 흙탕물의 기억은 덮이고, 이제 단풍 고운 가을의 주산지로 기억할 것이다. 바람에 짧은 머리가 나부꼈고, 햇살은 눈이 부셨다.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와 함께 하는 가을에도 햇살은 이리 좋다.
청송의 닭 요리는 닭불백숙. 닭의 살만 다져서 납작 불고기처럼 석쇠에 구워내고 다리 살을 하나씩 넣어서 녹두닭죽을 내온다. 물에 빠뜨린 닭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이런 닭불백숙이라는 거 처음인데 꽤 맛있었다. 게다가 닭불고기로 이미 배가 부른데 녹두닭죽이 환상이었다. 그릇에 하나씩 넣어주는 닭 다리는 보통 우리가 먹는 삼계탕 닭 다리가 아니라 토종닭 사이즈. 정말 크다.
약수가 흔한 동네인지 식당 앞마당에서도 달기 약수처럼 쇳맛 나는 약수가 콸콸 샘솟는다.
경북 청송까지 다녀오느라 집에 오는 길엔 해가 지고 있었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는데 노을이 이뻤다. 금방 사라지는 노을.
자꾸만 곁눈질하며 집에 돌아올 즈음엔 도시의 야경이 반짝반짝! 집에 왔구나, 싶다.
늘 생각하는거지만, 돌아올 곳이 있으니 여행이 행복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