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여행은 조개구이를 먹고 싶다…라는 딸아이의 한마디와, 마침 대천여행을 갔다가 조개구이 골목이 있을 정도로 많은 조개구이집에서 맛있었다..라는 딸아이 친구의 보태는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내려가는길, 천북 굴단지에 먼저 들러 굴밥으로 먹방투어를 시작했다.
굴밥도 맛있었지만, 천북 고갯길위에 있는 집이라 뷰가 어지간한 카페보다 좋았다.
식당에는 명절이라 모인듯 3대로 이루어진 한무리의 가족이 식사하고 계셨는데 식사끝에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다들 건강하고, 사업 잘되고, 회사 잘다니고, 손주손녀들은 학교 잘다니고….
우리에게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던 어른이 계시던 시절이 있었다. 그냥 흘려들은 그 말, 그 마음.
이제는 그 말들이 들리고, 그 마음이 보이는데…. 늦었구나, 싶지만 또 한켠으론 다 아시리라 기대하기도 한다.
자식은 이래서 끝까지 바라는것만 많은 철부지인듯.
요즘 핫한, 보령의 우유창고.
한때는 전국에서 가장 큰 목장이었다고 한다.
그 목장의 건초창고가 카페로 변신했다. 아기자기 귀여운 캐릭터로도 유명.
카페 뒤편에서는 젖소 먹이주기등의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체험은 미리 신청자에 한해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은 신청할만 해보였다.
남편이 담배피우는 사이 딸아이와 나 둘이 숨어버려서 남편은 찾아헤매고…. 뜬금없이 셋이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던 우유창고.
결국은. ” 아. 담배를 끊으라고!!!! ” 로 마무리했다는.
보령엔 갈매못 순교성지도 있다.
천주교 신자인지라 요즘 국내 성지순례를 하고 있어서 여행길에는 늘 근처 순례지를 찾게 된다.
오천항을 지나 언덕 위에 성지가 있는데 늘 성지들이 그러하듯 순교의 아픔과 슬픈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언덕위에선 멀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아픈 이야기들이라니…
갈매못성지를 들러 순례도장 하나를 더찍고. 토정 이지함 묘도 있다는 걸 지나며 보고야 알았고, 보령엔 화력발전소도 있다는걸 알았다.
이렇게 지나며 이것 저것을 보고 도착한 대천해수욕장.
예전 대천해수욕장이라고 하면 지저분함으로 먼저 떠올렸는데 엄청 깔끔했다.
다음날 새벽부터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이 일일이 청소하고 집게로 쓰레기도 주우시고.. 역시나 깔끔하게 관리되는 있는 이유가 있었다는.
딸아이의 희망 음식이었던 조개구이를 먹었다. 자잘한것 없이 큰 조개들만 주는데다 무한리필!
술 마시는 사람들이면 모를까, 조개구이를 밥으로 먹겠다고 들어간 사람들이다보니 무한리필은 한번이상 불가능했지만, 리필로 가져다 주는 조개도 처음 주는 것처럼 푸짐했다.
호텔은 해변 바로 앞이었는데 밤에 간간히 폭죽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을때 펼쳐진 끝없는 바다풍경에 감탄했다.
막막하게 넓었다.
다음날 아침 죽도 상화원에 들렀다.
아침 첫 입장객이었는데, 어제 하루만 4천명이 넘게 오셨다고, 아침 일찍 오셨으니 호젓하게 걸어보시라 입구에서 관리하시는 분이 얘기하셨다.
입에 혀처럼 친절한것보다 이렇게 나즈막하게 건네는 한마디가 더 따뜻하다.
베이징의 이화원 장랑이 평지로 죽 이어지는 것과 달리 상화원의 장랑은 중간 높낮이가 있었다. 그래서 휠체어나 유모차는 다니기 어렵다고 안내문에 나와있었다.
바라보는 건너편 풍경도 아름답고. 군데 군데 한옥도 고요한 풍경이었다.
반쯤 올라가면 방문자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커피와 찰떡을 하나씩 주신다.
입구에서부터 꼭 받아서 드시고 가시라 얘기해주신다.
상화원까지 돌아보고 귀경차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짧은 보령 여행이었지만, 군데군데 예쁘고 한적해서 좋았던 소도시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
돌아오며 차안에서 이야기 했다.
-연휴 닷새중에 4일동안 세식구가 줄창 붙어서 하루종일 떠들었던게 지난 넉달치는 될거야..
여행은 이래서 좋은건지도 모르겠다.
갈매못 순교성지와 죽도 상화원 가고 싶은 곳 목록에 넣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여정을 따라가는 즐거운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