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의 속리산 자락, 굽이굽이 아홉 구비길.
말티재 고개에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구절양장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오르면 꼭대기에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가까운 멋진 전망대.
낚시 다니며 고갯길 넘은 세월이 십오 년이다. 어지간한 백두대간 고갯길과 임도를 귀염둥이 마티즈로도 넘어봤고, 쏘울 끌고도 꽤나 다녀봤는데 다녀도 다녀도 역시, 좋다. 우리 고갯길
보은은 대추로 유명한 고장답게 전망대 카페엔 대추차와 대추 과자. 특히 대추차는 오래 달인듯한 깊은 맛이 일품이다.
사진에서만 보던 정이품송을 처음 봤다. 생각보다 웅장하진 않았다. 한쪽 날개가 부러져서 일까.
도로 옆에 선 정이품송을 본다. 교과서에, 역사책에 그렇게 멀리 있는 것만 같은 것들이 동네 어귀에 무심하게 서있는 풍경을 접하면 어쩐지 당혹스럽기도 하고, 또 어쩐지 반갑기도 하고.
친구는 가지가 부러지기 전의 정이품송을 보았다고 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인 듯하다. 이제 사진으로밖엔 접할 수 없는 정이품송 온전한 그림을 상상해 보았다.
속리산 자락에 왔으니 산채정식
법주사 입구엔 산채정식 집들이 즐비하다
찾아간 집은 메뉴랄 것도 없이 그저 머리수로 내오신다.
상을 들고 들어오셔서 일일이 나물을 설명해주시며 리필도 가능하다고 하시는데, 이름을 몰라서도 리필이 힘들 정도로 처음 듣고 보고 맛보는 나물들이 많다.
멍에목 성지.
열심인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남의 나라에 산티아고 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성지순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시작한 스탬프 랠리.
성지 성당 뒤로 오르면 골짜기를 만나고, 그 골짜기에 성지터가 있다.
비가 조금씩 흩뿌렸고, 속리산 옆 자락 깊은 산속 골짜기 성지는 고요했다.
늘 스탬프랠리는 재미로 하는 신자이지만 오늘 문득, 생각했다.
사람이, 목숨을 바쳐 지켜낼 정도의 신념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누구나에게 목숨은 하나이고, 자연사가 아닌 이상 이유도 많겠지만 죽음이 이유는 될 수 있어도,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탬프를 그만 거꾸로 찍었다.
…바르게 살자!!
글 : 전명원 (작가, 에세이스트) 저서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