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중에서 …
우리 몸에 거주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원시세균을 포함하는 모든 미생물총의 유전자들이 2만 1,000개의 인간 유전자와 더불어 우리의 몸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모두 합치면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총 440만 개의 유전자를 가진다. 이것이 바로 미생물군 유전체, 즉 미생물총을 이루는 게놈의 집합체다. 따라서 숫자로만 따지면 당신은 불과 0.5퍼센트만 인간이다.
충수는 지름 약 1센티미터, 평균 길이 8센티미터의 가느다란 관인데, 그 입구를 지나는 음식물 찌꺼기로부터 차단되어 보호된다. 충수는 그냥 말라비틀어진 살점이 아니다. 그 안에는 특수화된 면역세포나 미생물이 가득 차 있다. 충수 안에서 미생물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생물막biofilm이라고 부르는 보호막을 형성하여 해로운 박테리아를 차단한다. 충수는 비활성화된 기관이 아니라 미생물을 보호하고 키우며 소통하는 면역계의 중추기관이며, 퇴화기관이 아니라 인체가 착한 미생물 세입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안전가옥인 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2년 동안 독감으로 죽은 사람은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5~10배가 넘었다.
1940년대의 혁신적인 항생제 개발로 인해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머무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인 병원균은 인간이 모여 살면서 형성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번성한다. 인구가 많아질수록 병원균이 살아남기는 더 쉬워진다.
면역계는 체내에 침입한 병원균을 공격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미생물에 맞춤 제작된 항체antibody라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감염된 환자가 일단 병원균을 이기고 살아남으면 항체는 체내를 돌아다니며 해당 병원균만 찾아다니는 전문 스파이팀을 꾸린다. 그러다가 똑같은 병원균이 재침입하는 순간 재빨리 면역계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 면역계는 병원균이 몸을 장악하기 전에 공격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뇌와 장은 두 기관 사이의 물리적 거리로 보나 수행하는 기능으로 보나, 완전히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상호작용한다.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는 세 가지로 위협받고 있다. 첫째 항생제 사용, 둘째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 셋째 아기에게 미생물을 전달하는 방법의 변화. 우리는 이 세 가지 위협에 대해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잡식성 동물로서 진화해왔다. 우리 몸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식단은 채식 위주의 식사에 약간의 육식이다.
항생제가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병세가 나아지는지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릴 것을 고려해보라. 내가 여기서 ‘고려’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둘째, 의사가 당신에게 항생제를 권하거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라.
하나, 내가 걸린 감염이 바이러스성 감염이 아니라 박테리아성 감염이 확실합니까?
둘, 항생제를 처방하는 이유가 치료에 결정적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입니까?
셋,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내 면역계가 스스로 감염과 싸우게 놔둘 경우 닥칠 위험은 무엇입니까?
10퍼센트 인간 | 앨러나 콜렌, 조은영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