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마북동 아파트 숲 사이, 어찌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고택이 있다.
좁고, 가파르고, 복닥대는 길에서 한걸음만 벗어나면 고택에 들어서는데
고택마당에 들어선 순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여름 꼭대기였다.
고택 마당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오전부터 햇살이 뜨거웠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던, 그 어떤 사물에도 그림자가 생기지 않고 햇살만 쨍쨍한 주문 걸린 마을처럼 고택은 그렇게 살짝 비현실적이다.
고택 뒤로 돌담 두른 작은 계단을 오르면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화백이 직접 설계해서 지었다는 양옥 건물이 나온다.
안의 전시물은 코로나로 휴관 중이어서 볼 수 없어 아쉽다.
애들이 그린 그림 같기도 하고, 아기자기 이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원근감이 있는 듯도 없는 듯도.
소를 그린 그림만 해도
이중섭 화가의 소와 장욱진 화가의 소는 엄청 다른 느낌.
도슨트도 아니고, 얼추 아마추어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볼 줄 모르는 나는 그저 그림을 본 순간의 개인적인 느낌만 갖고 있을 뿐인데
장욱진 화백의 그림 중 “길 위의 자화상” 이 그림은 첨 봤을 때 인상 깊었다.
대부분 자화상은 얼굴인데 길 위의 자화상, 이란 제목답게 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이라니..
게다가 색감이 이렇게 따뜻한데, 어쩐지 슬퍼진다.
백 년도 넘은 고택에서 잠시 그렇게 시간이 멈춘다.
고택을 나오며 다시 시간은 흐른다.
그 모든 것, 그 어떤 모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움직이는 중이라는 것을 실감한다.